오늘은 주유소에서 근무하며 모은 돈으로 100억원 가까이 모은 분의 이야기로 시작을 하려고 합니다. 주식 장기투자에 대해 관심이 있으신 분들은 한 번쯤은 들어보신 얘기일텐데요, 여러 번 들어도 지나치지 않을 정도로 장기투자를 하는 저나 여러분의 마인드셋에 정말 도움이 되는 이야기라고 생각합니다.
이 이야기의 주인공의 이름은 로널드 리드(Ronald Read) 인데요, 지금으로부터 약 10년 전인 2014년 92세의 나이로 미국 버몬트 주의 작은 도시에서 사망했습니다. 사망 당시 무려 800만 달러(현재 환율로 약 105억원)의 재산을 남기고 사망한 것으로 밝혀졌습니다. 이렇게 남겨진 재산을 보고 의붓아들과 주위 친구들은 깜짝 놀랄 수 밖에 없었다고 합니다. 이 주인공은 평소 검소하고 자기 얘기를 잘 하지 않는 사람이었지만, 그렇다고 해도 이렇게 많은 자산을 남겼으리라고는 제일 가까웠던 아들조차도 꿈에서조차 생각해 보지 못했기 때문입니다.
그는 로또에 당첨된 적도 없었고 높은 급여의 직장을 다닌 적도 없었다고 합니다. 대학에 가지도 못했고 단지 형이 운영하는 주유소에서 25년 동안 꾸준히 일했으며, 은퇴 후에는 17년 동안 소매 업체인 JC페니에서 잡부로 일했을 뿐이라고 합니다. 그는 유언을 통해 800만 달러 재산 중 600만 달러를 평생을 보낸 고향에 있는 병원(브래틀보로 메모리얼)과 도서관(브룩스 메모리얼)에 기부했는데, 이 금액은 두 기관이 설립된 이후 최대 기부금이라고 합니다. 이렇게 훈훈한 그의 기부소식이 지역신문들을 통해 기사화되면서 비로소 세상에 알려졌습니다. 그는 비록 부유한 삶을 호화롭게 누릴 수 있었음에도 누리지 않았고, 평소에 사회적 약자를 위해 무언가 남기고 싶었던 마음을 늘 가졌던 것입니다.
주유소와 소매업체에서 박봉으로 평생을 일해 온 사람이 어떻게 100억원이란 거금을 모을 수 있었을까요? 주위 사람으로부터 경제적인 도움을 받지도 않았고, 금융이나 경제학을 배운 적도 없는, 뭔가 우리가 생각하는 화려한 직업이라고 볼 수 없는 주유소 종업원으로서 주유소에서 기름 넣어주고 차를 고쳐주며 이렇게 많은 돈을 벌다니!... 그렇다고 사업을 해서 대박을 터뜨린 적도 없는 사람이...
그가 사망 후 남긴 재산은 5,000 달러 가치의 2007년식 도요타 야리스 승용차, 작은 집 그리고 은행 금고에 있던 5인치 두께의 주식 증서였습니다다. 그는 주식 증서를 실물로 보관하고 있었고, 바로 이 실물 주식증서가 유산의 대부분이었습니다. 생전에 한 주식투자로 그 많은 돈을 벌었던 것이었죠. 도대체 어떤 종목을 사 놓았기에 그 많은 돈을 벌었을까요? 그가 마지막까지 보유했던 종목은 95개였던 것으로 알려졌습니다. 생각보다 꽤 많은 종목이죠. 그러나 우리가 사 모아가는 SCHD는 100종목이 넘고, VOO도 500개 기업에 분산투자하는 것이니 이것과 비교하면 그리 많은 종목이라고도 볼 수 없는 것 같습니다. 그는 본인 자체적으로 ETF 식의 주식투자를 했던 것이죠. 모든 종목을 하나하나 알 수는 없지만, 신문기사를 통해 알려진 그의 보유 주식 종목 리스트를 보면 우리나라 사람들도 잘 아는 종목들이 많았습니다. 웰스파고, P&G, 아메리칸 익스프레스, 존슨앤존슨, 제너럴일렉트릭(GE), JP모건 체이스, 다우케미컬, CVS헬스 등이었습니다. 무언가 그 만이 아는 종목을 발굴해 내고 샀다 팔았다를 하며 수익을 올린 것이 아니었습니다.
이렇게 모두가 다 잘 아는 종목으로 큰 부를 일군 방법이 무엇일까요? 그는 배당 재투자와 계속된 투자로 복리효과를 극대화 하였던 것입니다. 그는 자신이 잘 모르는 테크기업이나 테마주식은 쳐다보지 않았습니다. 그냥 꾸준히 배당금을 지급해 온 역사를 가진 우량주들에 투자했고, 그 배당금은 무조건 재투자했습니다. 미국에서는 50년 이상 배당금을 증액해 온 회사, 이른 바 ‘배당 왕’ 기업들이 많습니다. 로널드 리드의 포트폴리오에 포함된 존슨앤존슨, P&G가 대표적인 배당왕 종목들이고, 참고로 우리가 잘 아는 코카콜라, 펩시코도 배당왕 기업입니다.
투자 전문가들의 분석 결과 그의 월급에 비추어 보면 매월 300달러(한화로 약 39만원) 정도 저축이 가능했을 것으로 추정됩니다. 러프하게 계산해 보면 그가 일을 시작해 사망할 때까지의 기간이 약 65년이었고, 연 8%의 수익을 복리로 올릴 경우 800만 달러로 불어난다고 합니다. 이게 이론적으로나 가능하지 저소득 근로자로 근근히 살아가는 사람에게는 현실에서 거의 불가능에 가까운 거 아니냐고 반문하실 것입니다. 그러나 로널드 리드는 꾸준한 장기투자를 통해 그러한 마법과 같은 복리효과가 가능하다는 점을 우리들에게 몸소 보여주었습니다.
이 사례에서 확인할 수 있는 로널드 리드의 성공투자의 요인으로 배당의 재투자뿐만 아니라 근검절약하는 삶과 투자를 계속한 것도 들 수 있습니다. 그는 휴가도 잘 가지 않고 매우 검소하게 살았다고 합니다. 그러나 그의 자녀는 돈 한 푼 안쓰는 구두쇠는 또 아니었다고 진술합니다. 또 그는 80대에도 매우 건강했다고 합니다. 만약 그가 건강 악화로 병원비를 많이 지출했다면 아무래도 복리 효과에 타격을 주었겠죠.
한편, 로널드 리드는 마켓 타이밍 투자자가 아니라 수집가형 투자자입니다. 즉 언제가 저점인지 파악해서 저점에서 사고, 고점에서 팔아 수익을 낸 것이 전혀 아니었습니다. 그냥 우량주를 지속적으로 사서 팔지 않고 모아가는 방식으로 투자를 했던 것이죠. 수집가형 투자의 극단을 보여 주는 것이 바로 주식 증서를 실물로 보관한 것이라고 볼 수 있습니다. 이렇게 주식 증서를 실물로 보관하고 있을 경우 다시 주식을 팔려면, 은행금고에 가서 주식을 찾아서 다시 증권계좌에 넣고, 매도 주문을 넣어야 했는데요, 이는 말만 들어도 매우 번거로운 과정이 아닐 수 없습니다. 그는 주식 거래자가 아닌 주식 보유자라는 관점으로 주식을 골랐고 장기 보유했으며, 근검절약한 돈으로 계속 주식을 사들였을 뿐입니다.
이렇게 재투자와 계속된 투자가 시간과 만나면서 복리효과라는 큰 힘을 발휘한 것으로 볼 수 있습니다. 시간을 내 편으로 만든 것이죠. 장기적으로 보면, 그리고 결과적으로 보면 로널드 리드의 포트폴리오는 어마어마한 성공을 거둔 것 같지만 투자 과정의 중간 중간을 확대해 보면 크나큰 부침을 겪었습니다. 대표적인 때가 2008년 금융위기 때로 볼 수 있죠. 그의 포트폴리오에는 안타깝게도 당시 금융 위기의 시발점이 된, 그리고 결국 파산의 길을 걷게 된 '리만 브라더스'가 담겨 있었습니다. 당연히 그는 이 주식으로 큰 손실을 봤습니다. 이 때 많은 사람들이 "봐, 역시 주식은 도박이라니까. 리만 브라더스가 파산할 줄 누가 알았겠어. 그냥 안전한 예적금이나 부동산 투자나 하자."라고 하면서 주식 시장을 떠났을 것입니다. 그러나 그는 굴복하지 않고 시장을 떠나지 않은채 머물렀습니다. 그렇게 할 수 있었던 원동력 중 하나가 분산투자였다고 볼 수 있습니다. 그의 포트폴리오는 제조업, 유틸리티, 소비재 기업 등 여러 업종에 골고루 분산되어 있었습니다. 리만 브라더스발 금융위기로 대혼란을 겪던 시기에도 그의 포트폴리오는 분산투자 덕분에 가벼운 찰과상만 입고 건재할 수 있었던 것이죠. 지금은 ETF가 너무나 발달되어 있기에 ETF를 수집해 갈 경우 리만 브라더스와 같은 특정 소수의 기업이 무너지더라도 그 전에 알아서 편출시켜주고 그 보다 더 좋은 기업을 편입시켜줄 것이기 때문에 분산투자는 알아서 실천이 됩니다.
그런데 과연 로널드 리드와 같이 한국에서 투자했다면, 그 정도의 성과가 나왔을까요? 물론 삼성전자 등 특정 주식에 몰빵했다는 그랬을 것 같지만, 100개 기업에 분산 투자했다는 이 정도의 성과는 나오지 않았을 것 같습니다. 세계에서 가장 성공한 자본시장을 가지고 있고, 주주 이익을 중시하는 기업문화와 글로벌 혁신기업들이 계속 탄생하여 성장할 수 있는 비즈니스 생태계를 보유한 나라는 아마 미국이 유일할 것인데요, 정말 부모로부터 물려받는 것이 없이 빈 손으로 시작하는 사람이라도 자본시장을 통해 아껴 쓰고 우량주에 장기투자하면 돈을 벌 수 있다는 믿음과 증거가 미국만큼 많은 나라는 없을 것입니다. 이런 말씀을 드리면 앞으로는 미국의 성장이 주춤해 질 것이고, 중국과 인도의 성장이 더 가파를 것이라고 말씀하시는 분들도 꽤 많습니다. 그러나 제 개인적 사견으로는 그렇게 되려면 꽤 많은 시간이 필요할 것이라고 생각합니다. 그리고 솔직히 미국만큼 주주친화적인 나라는 아직 전 세계에 없습니다. 배당을 지속적으로 성장시켜주고, 기업마다 다음 분기 가이던스를 발표하며, 연준 의장이 나와 FOMC 미팅 결과에 대해 브리핑 해주는 나라는 없습니다. 중국과 인도의 성장성에 대해 부인하는 바는 아니지만, FOMC 같은 회의가 도대체 있는지, 통화량은 얼만큼 증가시키고 있는 것인지 아직은 미국만큼 불투명하여 저의 소중한 투자금을 많이 투입시키기엔 불안한 마음이 없지 않습니다.
로널드 리드의 사례를 통해 평범한 일생을 살며 부를 일구는 필요요건을 정리해 볼 수 있을 것 같습니다.
1. 검소한 생활, 2. 시장에 계속 머무르며 지속하는 장기 적립식 분산 투자, 3. 건강. 이렇게 3가지로요.
연봉이 3억, 4억이 되더라도 소비가 많아 돈이 줄줄 샌다면, 부를 축적할 수 없다. 반면 적은 소득이라도 검소하게 생활하고 적립식 투자를 꾸준히 하는 사람은 부자가 될 수 있습니다. 미국에서 30억~40억원을 가진 부자의 연 소득이 얼마인가 조사했더니 평균 약 9,000만원 정도였다고 합니다. 억대 연봉자만이 부자가 되는 것은 절대 아닙니다. 이들의 직업은 용접공, 경매인, 농장주, 병충해 방제업자, 우표 딜러, 도로포장업자 등 고등학생, 대학생들이 선호하는 화려하거나 각광받는 직업은 아닌 것 같은데요, 우리나라도 별반 다르지 않을 것 같습니다. 부자가 되는 길은 화려하거나 현란한 직종이나 직업을 선택한 결과는 아닌 것 같습니다.
로널드 리드의 사례가 증명해주었듯이 미국주식 ETF 장기투자, 특히 VOO, SCHD 투자는 장기적으로 끌고 가면 성공할 것입니다. 오늘은 여기서 마무리하겠습니다. 감사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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