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늘은 세계 3대 자산운용사라로 불리는 Vanguard, BlackRock, State Street 중 하나인 뱅가드 그룹의 창립자인 존 보글의 투자철학에 대해 간략히 말씀드리려고 합니다. 존보글은 인덱스 펀드의 창시자로도 유명한데요, 1974년 뱅가드그룹을 설립한 뒤 1975년 증시 최초로 ‘뱅가드 500’이라는 펀드를 출시했습니다. 그로부터 47년 정도 후인 현재 뱅가드 500 펀드는 누적 수익률 7,000%를 기록하고 있습니다. 처음 뱅가드 500펀드를 만들 때만 해도 그 규모는 110만 달러에 불과했지만 2019년 존 보글이 사망할 즈음 운용자산 규모는 무려 5조 달러에 육박했던 것이죠. 존보글은 인덱스 펀드를 통해 고객들의 투자 비용 부담을 획기적으로 감소시킨 인물로 ‘투자자의 위대한 수호천사이자 펀드산업에 은총을 내린 인물’로 알려져 있습니다.
‘어떤 종목을 사야해? 어떤 종목에 투자해야 가장 큰 수익을 올릴 수 있는거야? 도대체 바닥이 언제야? 고점이니까 이제 팔아야 해?’ 주식 투자에 임하는 저희 모두의 영원한 고민이죠. 가장 좋은 주식을 가장 저렴한 가격에 사기 위해, 그리고 제일 높은 가격에 팔기 위해 끊임 없이 노력하죠. 이러한 고민을 조금이라도 해소하기 위해 매일 아침 출근 준비를 하며 삼프로TV 등을 틀어 놓고, 업무시간 중에도 틈 나는 대로 주식 차트를 살펴보는 분들 많이 계시리라 생각합니다.
하지만 존 보글은 특정 소수의 종목을 발굴하여 투자할 바엔 아예 모든 종목에 투자해야 한다고 주장한 것으로 유명합니다. 우리 모두의 염원인 가장 좋은 주식을 찾는 것은 너무나 어렵기 때문에, 가장 좋은 주식 찾는 것을 포기하고 차라리 그 주식이 포함된 시장 전체에 투자하는게 낫다는 것이죠. “건초 더미 속에서 바늘을 찾을 바엔 그냥 건초 더미를 사는게 더 낫다”는 것입니다.
‘시장 전체를 사라고?, 그럼 상장된 모든 주식을 다 사야 하는 거야?’라는 질문을 하실 수 있는데요, 미국 S&P 500과 같은 주가지수를 추종하는 저비용의 인덱스 펀드에 투자하라는 뜻으로 이해하시면 편할 것 같습니다. 물론 뱅가드의 VTI ETF(Vanguard Total Stock Market Index Fund)는 미국 전체 주식시장을 추종하는 ETF로서 VTI를 사시면 미국 주식시장 약 3,700여개에 이르는 거의 모든 상장 기업에 투자하는 효과를 얻을 수 있습니다. VTI와 S&P500지수를 추종하는 VOO의 10년간 차트를 확인해 보면 VOO가 5% 정도 미세하게 앞서고 있는바, 둘이 거의 차이가 없음을 확인할 수 있습니다.
존 보글이 최초로 만들어 낸 인덱스 펀드란 특정 주가지수를 구성하는 종목과 그 비중을 그대로 복사하여 구성한 펀드로서 그 결과 주가지수와 함께 움직입니다. 즉, S&P 500 지수가 오르면 인덱스 펀드인 VOO, SPY, IVV도 함께 오르지요. 존 보글은 인덱스 펀드를 세상에 내놓은 건 펀드매니저로서의 회의감 때문이었다고 합니다. 1970년대 시장에서 열심히 일하던 보글은 펀드매니저와 자산운용사가 고객들로부터 너무 높은 수수료를 받고 있다고 생각했어요. 극단적으로 존 보글은 고객의 자산을 맡아 굴리면서 이익을 극대화해야 하는 펀드매니저가 오히려 높은 수수료를 챙기며 투자자들의 이익을 갉아먹고 있다고 생각했습니다. 따라서 투자에 들이는 비용을 극도로 줄여야 투자자들에게 돌아가는 이익을 극대화할 수 있다고 판단했던 것입니다. 그래서 그는 1975년 S&P 500지수를 추종하는 뱅가드 500이라는 인덱스 펀드를 출시했고, 이로써 증권 매매에 따른 비용과 운용비용을 획기적으로 낮추었습니다. 당시 일반 펀드의 수수료 비용이 연간 2.5% ~ 3.25%였는데, 뱅가드 500은 거기에 약 10분의 1에 불과한 연 0.3%였습니다.
염가에 판매하는 공급자가 나타나면서 시장을 교란시키면 말이 많아지듯, 존 보글의 이러한 인덱스 펀드 출시에 대해 월 스스트리트는 싸늘하게 반응했죠. 펀드매니저를 악의 무리로 몰고가는 식의 존 보글의 주장이 당연히 싫었을 겁니다. 이에 월스트리트는 존 보글을 눈엣가시이자 골칫덩어리라고 생각했고, 뱅가드 500이란 인덱스 펀드 역시 주식에 대한 분석과 투자기법이 없는 아주 바보 같은 펀드라고 무시했죠. 그랬을 것 같아요. 사람들은 펀드매니저에게 돈을 맡길 때 펀드매니저는 자신이 알지 못하는 정보를 얻어 저점에서 사고 고점에서 팔면서 자신의 자산을 불려줄 것을 기대했을텐데 그냥 수백개의 기업에 투자한다는 것은 어쩌면 성의가 없어 보일 수도 있었을 것 같아요.
하지만, 시간이 흐를수록 존 보글의 진가가 확인되었습니다. 뱅가드 500 펀드는 극도로 저렴한 보수를 바탕으로 여타 액티브 펀드들을 수익률로 압도하기 시작했습니다. 우선 뱅가드 500은 연평균 수익률 10%, 누적 수익률 7,000%를 기록했습니다. 또한, 존 보글이 조사한 바에 따르면 2001년부터 2016년까지 기존 펀드가 S&P 500 지수를 능가한 비율이 고작 10%에 불과했습니다. 즉 고객에게 자산을 불려 주겠다고 호언장담하던 그 수 많은 펀드들 중 뱅가드 500 펀드의 수익률보다 높은 펀드가 10개 중 단 한 개 밖에 없다는 것이 밝혀진 것이죠. 이렇게 시간이 흘러 존 보글의 인덱스 펀드는 큰 노력 없이, 최소한의 비용으로 시장의 수익률을 얻을 수 있는 합리적이고 실용적인 펀드라는게 객관적으로 증명되었습니다.
존 보글은 이외에도 광고비를 절감하는 방법으로 고객에게 부담되는 수수료를 최소화시켜 복리의 효과가 늘어날 수 있게 노력했습니다. 투자가로서 고객의 이익을 위해 끊임없이 고민했던 존 보글은 워렌 버핏으로부터 ‘투자자에게 가장 큰 기여를 한 사람’이라고 칭송받는 등 월가의 성인으로 불리게 되었습니다.
이러한 존 보글의 인덱스 펀드 투자방식을 ‘패시브 투자’라고 하는데요, 말 그대로 시장의 큰 흐름인 주가지수를 단순히 따라가는 것에 불과한 수동적인 투자방식이라는 뜻입니다. 이와는 반대로 능동적으로 투자 종목을 찾아 저점에서 사고 고점에서 팔면서 시장을 이기려고 끊임 없이 노력하는 투자방식을 액티브 투자라고 합니다. 이 두 투자 방식의 차이를 ‘어떤 것을 기대하는가’의 관점에서 살펴본다면, 먼저 패시브 투자는 시장수익률을 추구합니다. 즉, 시장이 성장하는 만큼 수익을 얻는 것을 목표로 하죠. 반면, 액티브 투자는 시장 평균을 초과하는 수익률을 추구합니다. 시장이 성장하든 퇴보하든, 나만의 방식으로 그보다 높은 수익을 창출하기 위해 노력하는 것이죠. 따라서,객관적 통계자료가 말해주고 있듯이 장기적으로 안정된 수익을 추구한다면 패시브 투자가 적합합니다. 액티브 투자는 시장의 상황, 기업의 성과, 펀드매니저 개인적 능력 등 여러 변수가 존재하기에 리스크가 큽니다. 이러한 펀드매니저의 노력 때문에 수수료도 상대적으로 비쌉니다. 역사적 통계에 따르면 한 두 해 정도 액티브 투자를 통해 시장 수익률을 초과할 수 있어도 결국 장기적으로는 시장수익률보다 낮은 경우가 훨씬 많습니다. 게다가 액티브 투자의 대가로서 매수매도에 드는 비용과 운용보수비용을 고려한다면, 장기투자자들에게는 패시브 투자가 더욱 효율적이라고 할 것입니다.
존 보글이 고인이 되기 전 인터뷰에서 말한 내용으로 오늘 내용을 마무리 하려고 합니다.
“금융시장에서 생기는 감정의 단기 잡음을 무시하고, 기업들의 장기 생산성과 성과에 집중하시기 바랍니다.”
"시장에서 무슨 일이 일어나건, 이에 반응하려는 유혹을 피하세요. 당신은 투자자인가요? 투기꾼인가요? 계속 뭔가를 바꾼다면 투기를 하고 있는 겁니다.”
“뭘 하려고 하지 말고, 그냥 가만히 있으세요!”
오늘도 여러분의 성공투자를 기원합니다. 감사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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