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 2002년 12월 로또가 등장하자마자 폭발적인 반응을 얻었습니다. 기존의 복권과는 비교할 수 없을 만큼 큰 당첨 금액으로 대중들을 유혹했기 때문이죠. 당시는 우리나라가 외환위기를 수습하며 양극화 사회로 빠르게 재편되어 나가던 시기였습니다. 오랜 역사를 가진 사법고시제도를 폐지하고 로스쿨 제도를 도입하자는 논의가 이루어지던 때로서 사회적 상층으로 올라갈 수 있는 계층 간 사다리가 빠르게 줄어들던 때였는데요, 로또는 ‘인생 역전’을 표방하며 서민들의 마음을 파고들었습니다.
[2] 결국 로또를 향한 열망은, 심화되는 양극화 사회 속에서 신분 상승을 가능하게 하는 ‘황금 사다리’에 대한 열망과 다름없었습니다. 하지만 로또 당첨이 반드시 사회적 성공을 보장하는 것은 아니었죠. 더러는 사다리에서 굴러떨어졌습니다. 그렇게 떨어진 자리에는, 삶을 절망으로 이끄는 수렁이 있었죠. 희박한 확률을 뚫고 행운을 거머쥔 이들의 삶이 도리어 불행해지는 ‘로또의 비극’이 바로 그것입니다.
로또 당첨 이후 패가망신한 사례들을 많이 들어보셨을 것입니다. 실제로 ‘로또의 저주’라는 말이 있을 정도죠. ‘큰돈을 갑자기 얻게 된 사람은 불행해진다’는 속설입니다.
[3] 2006년 로또 1등 당첨자인 황모씨는 그로부터 10년 정도 후에 부산에서 절도 행각을 벌이다가 경찰에 붙잡혔습니다. 황씨는 26살이었던 2006년 로또 1등에 당첨돼 총액 19억원 중 세금을 제외한 약 14억원을 손에 쥐었습니다. 당시 그는 전과 22범, 강도상해 혐의로 수배 중이었는데요, 쫓기다가 우연히 산 복권이 1등에 당첨된 것이었습니다. 당첨금 중 일부 금으로 변호사를 선임했고, 벌금만 낸 후 정상적인 삶으로 돌아올 수 있었습니다. 아마도 당청금으로 피해자의 피해를 적극적으로 변제를 했기에 벌금형이 가능하지 않았을까 싶습니다.
그러나 황씨는 얼마 지나지 않아 도박장과 유흥시설을 드나들면서 당청금을 전부 탕진했습니다. 아는 여성들에게 수백만원씩을 뿌리기도 했다고 합니다. 로또 당첨금이 모두 탕진데는데에는 그리 오랜 시간이 걸리지 않았습니다.
8개월 만에 돈을 모두 탕진했고, 돈이 떨어지자 좀도둑으로 전락하게 되었습니다. 2007년, 2008년, 2014년에도 물건을 훔치다 붙잡혔습니다. 황씨는 2008년 당시 한 매체와의 인터뷰에서 ‘로또에 당첨됐었다는 게 실감나냐’는 질문에 “아니요”라고 답했습니다. 또 ‘돈이 어디로 사라진 것 같냐’는 질문에는 “제가 관리를 잘못했다”고 했습니다.
그는 2017년 2월 출소한 이후에도 절도와 사기, 갈취 등 범죄 행각을 이어갔습니다. 검거 당시 그의 지갑에는 로또복권과 스포츠토토 등 복권 10여장이 들어 있었습니다. 도주 중에도 과거와 같은 또 한 번의 행운을 기대했던 것 같습니다. 황씨는 경찰의 로또 당첨금에 대한 질문에 “아픈 기억인데 이야기하지 마라”며 진술을 거부하기도 했습니다. 이어 “로또가 되지 않았으면 평범하게 살았을 텐데, 복권 때문에 내 인생이 이렇게 된 것 같다”고 했습니다. 자신만의 돈 그릇을 넘는 부가 찾아왔을 때 희망이 절망으로 바뀔 수 있다는 사실을 보여주는 사례입니다.
[4] 다음 사례입니다. 로또 역대 2위 금액인 무려 242억원을 받았던 A씨도 결국에는 사기꾼으로 변해 있었습니다. 그는 2003년 로또 1등에 당첨되었습니다. 세금을 제외하고도 189억원이라는 큰돈을 얻게 되었죠. 그러나 주식, 투자 실패 등으로 5년 만에 189억원을 모두 탕진했습니다.
서울 고급 주상복합 아파트 2채를 사는데 40억원을 썼고요, 병원 설립금에 40억원을 투자했으며, 주식 투자에 89억원을 썼습니다. 그러나 글로벌 금융위기로 투자한 돈은 모두 날렸습니다. 병원 설립 투자금도 서류상의 문제로 돌려받지 못했습니다. 아파트 2채는 어떻게 되었을까요? 이 또한 담보대출을 받아 주식 트레이딩을 하다 모두 경매를 당해 잃어버렸다고 합니다. A씨는 이후 사기꾼으로 전락했습니다. 인터넷 채팅 사이트 등에서 자신을 ‘펀드매니저’라고 소개하며 당시 복권 당첨 영수증 보여주면서 피해자들을 속여 금원을 편취하려다 결국 사기 혐의로 구속되었습니다.
[5] 물론 로또 당첨자들의 사례가 다 이렇게 안 좋은 것은 아니지만, 당첨 이후 불행해진 사례들이 유독 많이 전해집니다. 해외에도 정말 많은 불행한 사례들이 존재합니다. 행복한 인생을 가져다줄 것이라고 믿었던 당첨금이 오히려 스스로를 해치는 부메랑이 되어 돌아온 것입니다. 왜 이런 일들이 벌어지는 것일까요?
제 생각에는 자신의 돈 그릇이 적기에 그 그릇에 담기엔 너무나 큰 돈이 갑자기 생겼을 때 주체를 하지 못하고, 결국 자신의 그릇에 담을 수 있었던 돈 마저도 모두 잃어버리게 되는 것이 아닐까 싶습니다.
전문가들은 삶의 패턴이 완전히 뒤바뀐다는 점에서 원인을 찾습니다. 도박재활센터에서 일하며 수많은 ‘일확천금 경험자’를 만났던 전문 상담가 한 분은 “큰돈을 얻고 나서 생기는 생활 패턴 변화에 현명하게 대처하지 않으면 불행해지기 쉽다”라고 말합니다. 갑자기 큰돈을 만지게 되면서 찾아오는 유혹을 자신만의 마인드 컨트롤을 통해 스스로 억제하지 않으면 결국 실패하게 된다는 것이죠. 이에 대해 정신건강의학과 전문의도 “갑자기 큰돈을 얻게 되면 방탕한 생활을 하거나 돈으로 인해 가족 및 지인들과 갈등을 일으키는 사례가 많다”라고 지적했습니다.
[6] 그런데 광주의 목욕탕에서 목숨을 끊은 김씨의 사례는 경우가 다소 결이 다릅니다. 김씨는 유흥, 도박 등과 같은 방탕한 생활에 빠져들지 않았음에도 경제적으로 몰락의 길을 걸었습니다. 평소 큰돈을 다루어본 적이 없었던 탓에, 이를 효율적으로 운영할 능력을 갖지 못했기 때문입니다.
전문가들은 큰 돈을 다루어본 적 없는 사람은 그에 대한 가치관이 제대로 확립되지 않은 경우가 대다수라고 말합니다. 건설적인 계획을 바탕으로 자산을 안정적으로 운영할 준비가 되어 있지 않으면 행운이 오히려 화로 작용하게 된다는 것이죠.
갑자기 큰돈이 들어오게 되면 주변에서 ‘무슨 사업을 하면 좋을 것 같다’, ‘어디에 투자하면 몇 배로 더 불릴 수 있다.’ 라는 등 갖가지 제안이 속출하게 된다고 합니다. 이러한 상황에서 기존에 꾸준한 독서 등을 통해 금융공부를 해 온 사람이라면 중심을 잡고 그 중 얼마는 부동산, 얼마는 주식, 얼마는 채권, 얼마는 금이나 비트코인에 투자해야겠다는 등 포트폴리오 배분을 신중히 하였을 것 입니다. 그러나 평소 금융 공부가 전혀 안되어 있거나 부족한 사람들의 경우는 주변의 말헤 휘둘리게 될 가능성이 아무래도 높겠죠..
[7] 책 ‘부의 그릇을 키워라’ 김영식 저자는 “우리 사회가 고학력시대가 끝나고 돈의 지성시대가 왔다”고 말합니다. 예전 고도 성장기 때는 고학력이 높은 연봉을 보장해 주었지만, 이제는 반드시 그렇지 않은 것 같습니다. 김영식 저자가 말하는 현재가 돈의 지성시대라는 것은 아마도 금융지식을 갖추지 않은 자라면 부자가 되기 어렵다는 취지로 이해할 수 있지 않을까 싶습니다.
[8] 이즈미 마사토의 ‘부자의 그릇’이란 책에 나오는 내용을 일부 인용하면 아래와 같습니다.
“돈은 그 사람을 비추는 거울이다”
돈을 어떻게 쓰는지를 보면 그 사람의 습관, 라이프스타일, 취미와 취향을 모두 알 수 있다. 즉, 돈이란 개인의 사고와 행동의 결과가 그대로 드러난 산물이다.
“사람에게는 각자 자신이 다룰 수 있는 돈의 크기가 있다”
이 말은 먼저 자신의 그릇을 키워야 그에 맞는 큰돈이 들어온다는 뜻이다.
결국 위 복권 당첨자들의 경우 자신의 부의 그릇이 크지도 않은데 거기에 넘치는 부가 한 번에 찾아오는 바람에 더 불행해 진 사례로 볼 수 있습니다.
[9] 김승호 회장님의 ‘돈의 속성’에서 김승호 회장님은
“일정하게 들어오는 돈은 불규칙하게 들어오는 돈보다 힘이 셉니다. 일정하게 돈이 들어온다는 것은 큰 힘을 가지고 있습니다. 한 번에 몰려온 돈은 실제보다 가치가 커 보여서 자신이 돈을 많이 벌게 된 줄 알고 사치를 하기 쉽습니다. 그리고 그 돈을 모으기가 극도로 힘이 듭니다. 하지만 꾸준하게 들어오는 돈은 계획적으로 저축을 하기도 쉽고 투자를 하기도 쉽습니다. 그래서 불규칙하게 돈을 버는 사람들은 그 돈을 정규적인 돈을 벌 수 있는 자산으로 옮기는 작업을 꼭 해야 합니다.”라고 말합니다.
결국 복권 당첨자들은 그 거금을 그렇게 한 번에 쓸 것이 아니라 정규적인 돈을 벌 수 있는 자산으로 옮기는 작업을 했어야 합니다. SCHD에 다 넣었더라도 분기별 배당금이 꽤 되었을텐데 말이죠.
김승호 회장님은 또 “고생해서 번 돈은 공짜 돈보다 힘이 셉니다. 고생해서 번돈 천만 원과 카지노에서 번돈 천만 원은 결코 같은 돈이 아닙니다. 고생해서 번돈은 자신의 시간과 맞바꾼 돈이라서 애착이 가고 자랑스럽고 소중합니다.”라고 말합니다. 결국 이 말씀에 따르면 복권 담청금 또한 카지노에 번 돈과 다를 바가 없기에 고생해서 번 돈보다 그 힘이 약하고 결국 사라지기 쉬운 것 같습니다.
[10] 자신의 부의 그릇을 키우기 전에 로또 당첨이 일어날 경우 오히려 불행해 질 수 있습니다. 고생해서 번 노동소득으로 꾸준히 VOO, SCHD를 사서 모아간다면, 힘이 센 돈들이라 사라지지 않고 더더 불려질 것입니다. 꾸준한 독서와 공부를 병행해 가며 자신만의 부의 그릇을 키우는 작업을 해 나간다면 이 또한 복리 효과로 어마어마 한 크기의 그릇이 되어 있으리라 믿습니다. 오늘은 여기까지 입니다. 여러분의 성공적인 장기투자를 응원합니다. 감사합니다
댓글